물타기 말고 불타기 하라던데: 백테스트 돌려보니 수익이 반토막 났습니다

물타기 하지 말라는 말은 어디서나 들립니다. 그런데 늘 그다음이 비어 있어요. 그럼 뭘 하라는 건지.

찾아보면 답이 하나 나옵니다. 내려갈 때 더 사지 말고 올라갈 때 더 사라는 거예요. 이걸 불타기, 또는 피라미딩이라고 부릅니다. 말이 되죠. 지는 쪽에 돈을 더 넣지 말고 이기는 쪽에 더 넣으라는 거니까요.

그래서 이 답을 검증해봤습니다. 결과가 예상과 달랐어요.

1층: 물타기가 왜 위험한가

먼저 물타기부터 짚을게요. 물타기는 산 가격보다 떨어졌을 때 더 사서 평균 단가를 낮추는 겁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100만원어치를 샀는데 20% 빠졌어요. 손실은 20만원입니다. 여기서 100만원어치를 더 사면 평균 단가는 10% 정도 낮아져요. 화면에 찍히는 손실률도 줄어듭니다.

그런데 줄어든 건 손실률이지 손실이 아닙니다. 총 투자금이 200만원이 됐으니 같은 -10%라도 금액은 20만원 그대로예요. 여기서 10%가 더 빠지면 이제 40만원을 잃습니다. 평균 단가라는 숫자가 기분을 낫게 해주는 동안, 잃을 수 있는 돈은 두 배가 된 거죠.

한 번의 매매에서 잃어도 되는 돈을 미리 정해두는 방식(1%룰 글)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게 이 지점입니다. 설계해둔 한도를 사후에 내가 직접 늘려버리는 셈이니까요.

2층: 그래서 나온 답, 불타기

불타기는 반대입니다. 산 뒤에 올라가면 거기서 더 사는 거예요.

이건 감으로 만든 방법이 아니라 규칙으로 문서화돼 있습니다. 1980년대 추세추종 트레이더 집단인 터틀의 공개된 규칙에도 들어 있어요. 가격이 일정 폭 오를 때마다 같은 크기의 단위를 추가하고, 정해진 개수까지만 늘리는 방식입니다.

논리는 깔끔합니다. 시장이 내 판단이 맞다고 알려줄 때만 돈을 더 넣는 거니까요. 저도 여기까지는 납득했습니다.

3층: 그런데 숫자가 반대로 나왔다

같은 데이터로 두 방식을 나란히 돌려봤습니다. ETF 16개, 기간은 10년, 한 번에 감당할 손실은 계좌의 1%로 맞춰서요. 이 백테스트는 2026년 7월에 돌린 결과입니다.

단일 진입과 불타기의 백테스트 결과 비교 도해
  • 한 번만 사고 한 번에 파는 방식: 404건, 승률 40%, 한 건당 평균 +0.449%
  • 불타기(단위를 나눠 네 번까지 추가): 480건, 승률 23%, 한 건당 평균 +0.238%

건당 평균이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어요. 같은 리스크를 걸었는데 결과가 반토막 난 겁니다.

왜 졌나: 짐을 실을수록 배가 약해진다

숫자를 뜯어보니 범인은 승률이었습니다. 40%에서 23%로 떨어졌거든요. 수익이 줄어든 게 아니라 이길 매매가 손절로 바뀐 거예요.

이유는 규칙 안에 있었습니다. 불타기는 단위를 추가할 때마다 손절선도 같이 끌어올립니다. 전체 포지션이 커졌으니 그래야 손실 한도를 지킬 수 있거든요. 그런데 손절선이 올라온다는 건 버틸 수 있는 폭이 좁아진다는 뜻입니다.

배에 짐을 싣는 것과 비슷해요. 짐을 더 실을수록 배는 무거워지고, 예전 같으면 그냥 넘겼을 작은 파도에도 물이 넘어옵니다. 추세는 원래 곧게 가지 않고 중간에 몇 번씩 출렁이는데, 그 출렁임에 걸려 나가떨어지는 횟수가 늘어난 거죠. 오래 들고 가려고 만든 규칙이 오히려 일찍 내리게 만든 셈입니다.

가장 오래 살아남은 사람은

여기서 참고할 만한 사례가 하나 있어요. 터틀 출신 중 가장 성공한 트레이더로 꼽히는 제리 파커는 1988년에 자기 회사를 세운 뒤 30년 넘게 시장에 남아 있습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32년간 연 10% 넘게 복리로 불렸고, 마이너스로 끝난 해는 7번이었어요.

눈에 띄는 건 성적보다 방식입니다. 그는 배운 규칙에 충실한 쪽을 택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규칙을 계속 덧붙여 정교하게 만드는 대신에요.

그럼 나눠 사는 건 다 나쁜가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게 하나 있어요. 분할 매수도 나눠서 사는 건데, 그럼 그것도 물타기냐는 거죠.

겉보기는 같습니다. 여러 번에 걸쳐 사고, 결과적으로 평균 단가가 내려가기도 하고요. 다른 건 딱 하나예요. 언제 정했느냐.

  • 분할 매수: 사기 전에 "얼마씩 몇 번에 나눠 산다"를 정해두고 그대로 실행합니다. 총 투입 금액과 감당할 손실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어요.
  • 물타기: 떨어진 화면을 보고 그 자리에서 "더 사야겠다"고 정합니다. 계획에 없던 돈이 들어가니 한도가 사후에 늘어납니다.

그래서 구분하는 질문은 하나면 됩니다. 이 매수가 사기 전에 계획서에 적혀 있었나. 적혀 있었으면 분할 매수고, 지금 떠올랐으면 물타기예요. 같은 행동이라도 앞의 것은 설계이고 뒤의 것은 반응입니다.

그래서 제 결론은

물타기도 불타기도 결국 같은 질문이었습니다. 이미 들어간 판에 돈을 더 넣을 것인가. 물타기는 지고 있을 때, 불타기는 이기고 있을 때 그렇게 하자는 것뿐이고요.

제 데이터에서는 둘 다 아니었습니다. 한 번 사고 한 번 파는 게 이겼어요. 규칙을 늘리면 더 좋아질 것 같은데, 늘린 규칙이 다른 규칙의 발목을 잡더라고요.

물론 이건 한 가지 데이터로 10년 한 구간을 본 결과라 정답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시장이 다르면 답도 다를 수 있고요. 그래도 하나는 챙겼어요. 그럴듯한 방법을 만나면 도입하기 전에 숫자로 한 번 물어보는 것. 같은 방식으로 하락장 공매도를 검증했다가 접었던 이야기는 지난 글에 적어뒀습니다.

이 글은 개인의 공부 기록이며 특정 자산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면책조항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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