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파이낸스 함수로 만든 주식 계산기, 코딩은 한 줄도 안 썼어요

저는 계산을 잘 못합니다. 진짜로요. 그런데 매매 규칙을 다듬다 보니 계산할 게 자꾸 늘어났어요. 손절폭은 종목의 평소 출렁임을 보고 정하고, 매수 금액은 1%룰로 거꾸로 구하고, 목표가는 손익비로 잡고. 규칙 하나하나는 다 이유가 있는데, 이걸 종목 바꿀 때마다 손으로 다시 계산하라고 하면 저는 못 해요. 솔직히 두 번쯤 하다가 때려치웠을 겁니다.

그래서 AI한테 물어봤어요. "이거 구글 시트에 넣으면 안 되나?"

스프레드시트가 계산을 대신해주는 모습의 일러스트

코딩 없이, 대화 몇 마디로

답부터 하면, 됩니다. 그것도 생각보다 쉽게 돼요. 제가 한 일은 어떤 계산기를 원하는지 AI한테 조곤조곤 이야기한 게 전부입니다. 수식은 AI가 짜줬고, 저는 그걸 시트에 붙여 넣었어요. 코딩이라고 부를 만한 건 한 줄도 없었어요.

어떻게 부탁했는지가 궁금할 수도 있는데, 거창한 건 없었어요. 내가 직접 넣을 건 종목이랑 진입가랑 손절가 세 개뿐이다, 나머지는 시트가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다. 손절폭이 몇 %인지, 그 폭이 이 종목한테 넓은 편인지 좁은 편인지, 그래서 얼마어치 사면 되는지. 이 정도를 말로 풀어서 준 게 전부였어요. 그랬더니 셀에 붙여 넣을 수식이 나오더라고요.

비결은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원래 들어 있는 GOOGLEFINANCE 함수였습니다. 셀에 =GOOGLEFINANCE("KRX:005930") 이렇게 치면 삼성전자 현재가가, 종목 코드를 "NASDAQ:NVDA"로 바꾸면 엔비디아 가격이 그 자리에 떠요. 최근 한 달치 가격 흐름도 통째로 가져올 수 있고요. 무료입니다. 저는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있더라고요.

두 가지만 미리 알아두면 좋아요. 시세가 실시간이 아니라 한 20분쯤 지연될 수 있다는 것(그래서 초 단위 매매용은 아니고, 저처럼 하루 한 번 계산하는 용도엔 충분합니다). 그리고 가끔 종목 코드를 못 알아들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땐 거래소 코드를 앞에 붙여주면 대부분 해결되더라고요.

계산기가 하는 일

구조는 단순해요. 제가 입력하는 건 세 칸입니다. 종목 코드, 진입가, 손절가. 그러면 시트가 알아서 뱉어줍니다.

  • 현재가 (구글파이낸스가 실시간으로)
  • 손절폭이 몇 %인지
  • 그 손절폭이 이 종목의 평소 출렁임보다 넓은지 좁은지 (최근 가격 흐름으로 판정)
  • 1%룰 기준 매수 금액과 주식 수
  • 손익비 2배 기준 목표가

전에 1%룰 이야기에서 쓴 그 계산들이 전부 자동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종목을 바꾸면 숫자가 다시 계산되고요. 며칠 걸릴 줄 알았던 게 대화 몇 마디로 끝나서, 만들고 나서 좀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구글 시트라 폰에서도 그대로 열리니까, 계산기를 늘 들고 다니는 셈이 된 것도 은근히 좋았고요.

그런데 첫 대답이 "사지 마세요"였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예요. 완성 기념으로 삼성전자를 넣어봤거든요. 그런데 계산기가 내놓은 답이 이상했습니다. 당시 장이 하루에 몇 %씩 널뛰던 시기라, 삼성전자조차 평소 출렁임이 어마어마하게 잡힌 거예요. 그 출렁임 밖에 손절을 두려니 손절폭이 -30%가 넘게 나오고, 1%룰로 계산된 매수 금액은 의미가 없을 만큼 작아졌습니다.

처음엔 고장인가 했어요. 근데 뜯어보니 고장이 아니라 정답이었습니다. 지금 장은 너무 시끄러워서, 규칙을 지키면서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걸 숫자로 말해주고 있었던 거죠. 계산기를 "얼마 살까"를 알려주는 도구로 만들었는데, 실제로는 "지금은 사면 안 된다"를 알려주는 도구이기도 했던 겁니다. 사람은 사고 싶으면 근거를 만들어내는데, 시트는 그런 게 없으니까요.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시대

AI 이야기를 하나만 보태면, 이 계산기를 만드는 데 제 기술이 늘어난 건 하나도 없어요. 뭐가 필요한지 정리해서 부탁한 것, 그게 전부입니다. 코딩을 배워야 자동화를 하는 시대에서, 뭐가 필요한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자동화를 하는 시대로 넘어온 것 같아요. 물론 AI가 짜준 수식이 맞는지 검산은 해봐야 합니다. 저도 예시 몇 개를 손으로 따라가 보고 나서야 믿었어요.

요즘은 관심 종목이 생기면 매수 화면보다 시트부터 열어요. 순서가 그렇게 바뀐 게 이 계산기의 제일 큰 효과인 것 같습니다.

아직 이 계산기도 완성이라기보다 계속 고쳐 쓰는 중입니다. 출렁임 기준 같은 건 지금도 검증 중이고요. 그래도 "계산을 못 해서 규칙을 못 지킨다"는 핑계 하나는 확실히 사라졌습니다.

이 글은 개인의 공부 기록이며 특정 자산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면책조항을 봐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