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저는 인버스 옹호론자였습니다. 주식은 오를 때만 벌 수 있는데 인버스는 내릴 때 버는 상품이니까, 잘 쓰면 무기가 하나 늘어나는 거 아닌가. 하락장마다 "곱버스 탔으면 벌었겠네" 하는 생각도 몰래 했고요.
그래서 지난 글에서 레버리지·인버스를 "공구"라고 불러놓고, 이번엔 그 공구가 왜 위험하다는 건지 직접 계산기를 두드려봤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왕복 한 번을 숫자로 따라가 보기
용어부터 짧게 정리하면, 인버스는 지수가 내린 만큼 거꾸로 오르는 상품이고, 곱버스는 "곱하기 인버스"를 줄인 별명으로 그 움직임을 두 배로 키운 2배 인버스 상품을 가리킵니다. 지수가 1% 내리면 곱버스는 2% 오르는 식이죠. 여기까지만 들으면 문제가 없어 보여요. 함정은 하루 단위로 수익률을 리셋한다는 구조에 있습니다.
지수가 100에서 출발해 딱 한 번 출렁이는 상황을 볼게요.
첫날, 지수 -10%. 100이 90이 됩니다. 인버스는 +10%로 110, 곱버스는 +20%로 120. 여기까지는 약속대로예요.
둘째 날, 지수가 제자리로. 90에서 100으로 돌아오려면 +11.1%가 필요합니다(내려간 %보다 올라올 %가 항상 더 커요). 그럼 인버스는 그날 -11.1%를 맞아 110에서 97.8로. 곱버스는 -22.2%를 맞아 120에서 93.3으로 떨어집니다.
정리하면, 지수는 정확히 제자리인데 인버스는 -2.2%, 곱버스는 -6.7%가 됐습니다. 시장이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고 흔들리기만 했는데 계좌가 줄어든 거예요. 이 왕복이 반복될수록 손실은 눈덩이처럼 쌓입니다. 횡보장에서 곱버스를 오래 들고 있으면 방향을 맞히고도 잃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말로만 들으면 실감이 안 나는데,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증권사 앱에서 국내 곱버스 상품의 몇 년치 차트를 한번 열어보세요. 그 사이 지수는 수없이 오르내리며 제자리 근처를 오갔는데, 상품 가격은 계단을 내려오듯 낮아져 온 흔적이 보일 겁니다. 위의 왕복 계산이 몇 년간 쌓이면 그런 모양이 됩니다.
참고로 이 왕복 손실은 인버스만 겪는 게 아닙니다. 상승 쪽으로 2배 움직이는 레버리지 상품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수학이에요. 방향이 어느 쪽이든, 이름에 "2배"가 붙은 물건은 흔들리는 장에서 조금씩 닳는 성질을 타고났습니다.
그래도 남는 반론: 짧게 쓰면 되잖아?
여기서 옹호론자였던 제가 반론을 하나 냈습니다. "그 잠식은 오래 들고 있을 때 얘기고, 1~2주 짧게 쓰면 미미하지 않나?" 실제로 맞는 말이에요. 1배짜리 인버스를 며칠 쓰는 정도면 위 계산의 손실은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 계산을 이기고 살아남은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하락 베팅은 난이도 자체가 다르다는 것. 하락장은 얌전히 내려가지 않아요. 폭락 사이사이에 사나운 반등이 끼어 있습니다. 실제로 2026년 7월 중순에 코스피가 하루 +6.24% 폭등한 바로 다음 날, 장중 -6%까지 곤두박질치는 장면이 있었어요. 이런 장에서 하락에 베팅하면 방향을 맞히고도 반등 한 방에 튕겨 나가기 딱 좋습니다. 결국 인버스는 "짧게" 써야 하는데, 짧게 쓴다는 건 타이밍 싸움이라는 뜻이고, 그건 제가 제일 못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
제 결론은 "인버스 금지"가 아닙니다. 그보다 한 칸 위의 규칙이에요.
- 곱버스를 오래 들고 버티는 것: 구조적으로 불리한 게임이라 저한테는 금지입니다. 위 계산이 이유의 전부예요.
- 1배 인버스를 짧게: 상품 탓은 아니지만, 하락 셋업(언제 들어가고 언제 나올지)을 따로 만들고 검증하기 전엔 안 씁니다. 준비 안 된 매매를 안 하는 것이지, 상품을 미워하는 게 아니에요.
- 개미의 하락장 대응: 저는 하락에 베팅하는 대신 현금 비중을 늘리는 쪽을 택했습니다. 하락장에서 잃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음 기회에서 유리해지니까요.
"하락장에도 벌 수 있다"는 말 자체는 거짓이 아닙니다. 다만 그 문장 뒤에 숨은 난이도가 제 실력보다 한참 높았을 뿐이에요. 계산기 한 번 두드려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이 글은 개인의 공부 기록이며 특정 상품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면책조항을 봐주세요.